일기와 에세이, 뭐가 다른 걸까?

華胥之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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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8. 28.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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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VS 에세이

 

8월의 마지막 주말입니다. 주말에는 주중과 다르게 다른 글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예를 들면 '에세이 (수필)' 같은 글이요. 하지만 에세이를 쓰는 법도 모르면서 '일단 써보자!' 무대뽀로 접근했습니다. 그런데 쓰면 쓸수록 일기 같기도 하고 또 아닌 것 같기도 하더라구요. 그 모호한 경계 속에서 보다 확실하게 이 둘을 구분하고 싶었습니다. 

 

두 개의 글을 참고했습니다. 첫 번째는 카카오 브런치팀이 2018년 8월 6일에 작성한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한 끗 차이' 였고, 또 다른 글은 오마이뉴스 이동규님의 2018년 8월 8일에 작성한 '요즘 에세이 책들, 너무 일기 같지 않나요? - 일기의 홍수 속에서 진짜배기 에세이 찾기' 입니다. 우연히 찾은 두 글의 작성 시기가 비슷했네요.

 

첫 번째 글은 일기와 에세이의 차이점을 제시하며 글을 쓰는 이들에게 '내키는 대로 일단 쓰세요!' 라고 용기를 전합니다. 이는 이유미 작가와의 만남으로 진행된 것이었기에 격려와 조언이 포함되는 건 당연한 것이겠습니다. 한편 두 번째 글은 다소 시니컬 합니다. 최근 프로든 아마추어든 에세이(수필) 작가가 넘쳐나면서 관련 책들이 많이 생산되고 있으나 막상 보면 '일기'에 가까워 아쉬움을 토로하는 내용입니다. 두 글의 성격은 달라도 공통적으로 "이것이 바로 '에세이'다" 라고 알려주므로 궁금하신 분들은 읽어보시면 도움이 되실 겁니다.


Ketut Subiyanto  님의 사진, 출처:  Pexels


1. 일기와 에세이를 구분하는 법 14가지

 

이유미 작가님에 따르면, 일기와 에세이는 공통적으로 '솔직함'이 담겨있다고 합니다. 일기든 에세이든 글 쓰는 행위는 결국 우리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 쓰는 건데 과장할 필요가 없겠죠. 그리고 동시에 이러한 굵직한 공통점 때문에 더 구분하기 어렵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부분이 다른 것일까요? 일기와 에세이의 차이점은 이렇습니다.

 

  • 일기는 쓰는 '내'가 중심인 글
  • 에세이는 '읽는 사람'이 중심인 글

 

일기는 우리의 감정을 시간 순으로 혹은 의식의 흐름대로 나열한 것이죠. 한편 에세이는 자신의 감정에 대한 구체적 사례로 맥락을 파악하고 왜 그런 감정이 들었는 지 깨닫는 과정을 쓰는 것이라고 설명을 덧붙이셨습니다. 이유미 작가님은 보다 더 명확하게 14가지로 구분해주셨습니다.

 

일기 에세이
- 나만 보는 글 - 독자가 있는 글
- 문맥이 필요 없다 - 문맥이 있어야 한다
- 문체가 필요 없다 - 자신만의 문체가 필요하다
- 자료조사가 필요 없다 - 취재, 인용, 주장, 정보가 필요하다
- 일기를 쓰기 위해 메모하지 않는다 - 반드시 소재를 메모해야 한다
- 모호해도 상관 없다 - 모호하면 안 된다
- 날마다 쓸 필요 없다 - 날마다 써야 한다 (눈에 띄는 실력 향상)
- 남의 의견이 없다 -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 상처의 치유 -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 반성하게 된다 - 자기 주장이 확실해 진다
- 사례가 필요 없다 - 사례가 풍부할 수록 좋다
- 분량 상관 없다 - 분량 A4 1장~1장 반에서 두장
- 하루에 관한 이야기 - 요즘 나의 관심사
- 내가 포함된 이야기 -내가 없어도 되는 이야기

 


2. 일기에는 없고, 에세이에는 있는 지성주의

 

이동규님은 일기와 에세이의 차이점은 '내용의 지성력(知性力)' 이라고 주장합니다. 배움에서 비롯되는 이 '내용의 지성력'은 본인이 과거에 배운 것과 연계해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낸 '진짜 생각'이라는 것이죠. 일기도 나의 생각을 쓰는 글이긴 하나 독자가 읽었을 때 '새로운 시각이나 관념'을 얻기는 어렵겠죠.

 

구체적으로 '태국의 방콕 여행'에 대한 글을 써본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일기 혹은 소감문 에세이
값싼 물가 독재 왕권국가의 경제 재분배 체제
제법 현대화된 인프라 세계화의 명암
덥고 습한 기후 태국에 관한 지정학 및 지리학
이색적이고 풍부한 먹을거리 음식이 갖는 질병 예방 및 치료의 기능
친절한 사람들 서구의 오리엔탈리즘과 문명 위주의 사고방식
이유는 모르지만 아주 가끔 시내 안에서 벌어지는 소요 등 민주화의 성패 요인 등

 

이렇게 구분해보니 더욱 와닿습니다. 혹자는 학술서도 아닌데 지성력을 요구하냐 보실 수 도 있겠지만, 이동규님은 결국 핵심은 글의 주제의식 자체가 배움에 근간을 뒀느냐 여부라 주장합니다. '제대로 된 글'이 갖춰야할 최소한도의 무게감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는 이유미 작가님이 언급한 '에세이는 취재, 인용, 주장, 정보가 필요하다' 와 같은 맥락이겠습니다.

 

Lum3n  님의 사진, 출처:  Pexels


마치며

 

지금까지 '일기와 에세이, 뭐가 다른걸까?' 구분되는 부분들을 살펴봤습니다. 결론적으로 에세이는 ① 특정 정보(학술적 지식, 사례 등)가 담겨있고 이를 통해 ② 독자가 깨달음을 얻거나 성찰할 수 있는 글인 것 같습니다. 단순히 정보성 글과는 또 다른 건 분명하겠습니다. 에세이를 쓰고 싶어하는 분들 뿐만 아니라 에세이 쓰는 법이 궁금했던 분들에게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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