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심리학 그리고 지능의 역설

華胥之夢

·

2023. 1. 25. 23:08

728x90
반응형

출처: 지능의 역설


지능의 역설 : 우리가 몰랐던 지능의 사생활

 

지은이 : 가나자와 사토시

옮긴이 : 김준

출간일 : 2020-05-08

원제 : The Intelligence Paradox


지능의 역설 리뷰

 

역설(逆說)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표면적으로는 모순적이고 불합리하지만 사실은 그 진술 너머에서 진실을 드러내는 말을 의미합니다. 제목에서부터 유추할 수 있듯이, 저자는 통상적으로 알려진 '지능'이라는 것에 대해 재논의할 필요가 있음을 문제 제기합니다.

 

『지능의 역설』은 총 13장의 파트로 구성되어있습니다. 1장에서는 저자의 이론의 뿌리, 진화심리학에 대해 설명합니다. 2장은 진화심리학에 근거한 저자가 주창하는 사바나 원칙에 관한 내용이 소개되며, 3장은 지능에 대해 개념정의 및 세간의 오해에 대해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4장에서는 저자의 연구의 핵심 모델인, '사바나-IQ 상호 작용설'과 '지능의 역설' 이론을 제시합니다. 나머지 5장부터는 4장에서 제시한 '지능의 역설'이라는 렌즈로 실증 분석 결과를 소개합니다.

 

저자의 문제제기와 주장은 신선했습니다. 저 역시 지능에 대해 기존의 통념에 갇혀있던 탓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인지 적어도 문제제기와 연구 모델 설명까지는 꽤나 흥미진진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사례 후반부로 갈수록 데이터에 따라 결과가 상이하거나 유의미한 결과를 찾지 못한 부분이 나올 때는 다소 아쉬웠습니다. 이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지만 내심 이 신박한(?) 이론이 모든 걸 증명해냈으면 하는 바람이 컸던 탓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저 저자의 노고에 감사할 뿐입니다. 


저자의 생각의 과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지능은 인간의 가치의 정도를 구분하는 기준이 아니다.

 

지능에 대한 기존의 통념에 문제제기가 이 연구의 출발입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무의식적으로라도) 지능이 높은 사람(소위 IQ가 높은 사람)을 가치 있는 사람으로 여기곤 합니다. 단지 지능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말이죠. 하지만 저자는 지능도 신장이나 체중처럼 수치로 표현할 수 있는 인간의 특징 중 하나일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2. 인간은 무엇을 원하는가?

 

심리학자인 저자는 인간의 행동 이유를 설명해내고 싶었고, 연구 모형에 '인간의 기호'와 '가치관'을 도입, 즉 내생 변수화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내생 변수화란 모델을 설명하는 요소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이는 기호나 가치관을 외생적 변수로 봐야한다는 미시 경제학 경제학자들과는 상반된 입장인 것이죠.

 

3. 그렇다면 지능은 인간의 기호와 가치관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저자는 진화심리학에 의거해 지능이 높고 낮음에 따라 인간의 기호와 가치관이 어떻게 달라지는 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 때 3종류의 실증 데이터를 통해 분석하게 됩니다. 미국에서 실시된 '종합 사회 조사(GSS) 와 청소년-성인 건강 장기 연구(Add Health)'와 영국에서 시행된 '국립 아동 발달 연구(NCDS)' 입니다. 데이터의 객관성 확보를 위해 저자는 엄선한 데이터가 질이 높은 샘플이라고 언급하였지만, 결국 사례 분석에서 국가별/인종별 차이의 한계를 극복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분명 의미있는 연구라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지능이 높고, 낮음에 따라 원하는 것에 차이가 생기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단순히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다르기 때문일까요? 그렇다면 지능이 낮은 사람은 지능이 높은 사람보다 늘 불합리한 선택만 한다는 것일까요?

 

저자는 진화심리학에 근거해 이를 설명합니다. 진화심리학이란 진화 생물학에서의 관점을 토대로 인간의 인지 및 행동을 밝혀내려는 학문입니다. 진화 심리학의 4가지 기본 원칙에 따르면 첫째, 인간이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할 것이며, 둘째, 뇌 역시 진화의 산물인 것임을 인정해야합니다. 셋째, 인간은 천성적으로 문화적인 학습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문화 역시 생물학적 진화의 산물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인간의 행동은 유전적/생물학적 측면과 환경의 영향임을 수용해야합니다.

 

이러한 기본 원칙에 의거해 저자는 '사바나 원칙', 인간은 석기시대의 뇌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우리의 뇌는 우리 조상들의 환경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나 상황은 잘 이해할 수 없으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TV에 나오는 방송인을 실제로 만날 때 친근하게 느끼는 이유, 포르노에 반응하는 이유 등 재미있는 사례들을 통해 우리의 뇌가 석기시대에 멈춰있음을 주장합니다. (처음에는 진화심리학의 4가지 기본 원칙에 따르면 뇌도 진화의 산물인데, 왜 사바나 원칙에서는 석기시대의 뇌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지는 잘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뇌도 진화하긴 하였으나 현대사회로 돌입한 시기가 석기시대였던 기간 보다 상대적으로 짧은 탓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자의 '사바나 원칙과 IQ 상호 작용설'에 따르면 지능이 낮은 사람일 수록 조상의 환경에는 없었던 환경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지만, 그 반대의 상황(조상의 환경에도 있던 익숙한 상황)의 이해도는 지능과 관계가 없다고 봅니다.

 

이 '사바나 원칙과 IQ 상호 작용설'을 개인의 기호와 가치관에 적용 시켜 저자는 '지능의 역설' 이론을 만듭니다. 바로 이 '지능의 역설'을 통해 일반 지능이 개인의 기호와 가치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죠. 지능이 높을 수록 새로운 기호와 가치관을 갖기 쉽지만, 반대의 상황(익숙한 기호와 가치관)을 가질지는 일반 지능과 관계가 없다고 봅니다.

 

보수주의 vs 진보주의

유신론자 vs 무신론자

이성애자 vs 동성애자

아침형人 vs 저녁형人

 

'지능의 역설'에 의거해 인간의 기호와 가치관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실증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100% 정확한 정답은 없었습니다. 이론에 맞게 결과값이 도출된 부분도 있었고, 유의미한 결과를 찾지 못한 경우도 발견되었죠. 다만 결론적으로 지능이 높은 사람일 수록 생물학적 설계를 외면하고 때로는 부자연스러운 기호와 가치관을 가지기 쉽다는 부분은 일정 동의합니다. 즉 '지능이 높은 사람이 반드시 모든 면에서 성공한/또는 훌륭한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죠. 지능이 아무리 높아도 불합리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신'이 아니라 단지 '인간'이라는 생명체일 뿐이기 때문이겠죠. 새삼 겸손해집니다.

 

마지막으로 『지능의 역설』을 한 줄로 표현하자면, '지능이란 그저 인간이 가진 다양한 특질 중 하나일 뿐이니 지나치게 '특별' 취급할 필요는 없다.'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끝.

728x90
반응형